ICT와 제조업의 융합, 생산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다
양적 투입 위주의 제조업 성장이 한계를 극복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제조업과 IT와 서비스를 융합한 ‘스마트팩토리’가 필요하다. 제조업과 IT의 융합으로 탄생한 스마트팩토리는 생산방식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며 제조업 재도약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유행처럼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지만 아직 현실은 초라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스마트팩토리 기술 수준은 72에 불과하다. 국내의 생산설비와 네트워크 기술은 뛰어나지만 다양한 센서와 무선 전자태그 등 관련 기술 및 데이터 분석 능력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2~3년 뒤처져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싸움이다. 국내 제조업들은 단순한 무인 자동화가 아닌 지능화 수준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야 하며, 중소기업에서부터 스마트팩토리 환경이 구축돼야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명심해야 할 사실은 스마트팩토리를 기성복으로 접근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 글로벌 표준화를 독일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의 주력 제조업, 기술 및 사업 역량, 기업 간 구조의 특성을 감안해 우리 체질에 맞는 스마트팩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는 국내 일부 기업들은 자신들의 시장, 제품, 공정 특성에 맞는 도입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팩토리 도입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현재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비효율성의 원천을 찾고 자사 공장의 특성을 잘 알아야 스마트팩토리를 자력으로 만들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기업이 얻고자 하는 것을 종합하면 ‘생산성 향상’, ‘불량률 저감’, ‘고객경험 혁신’이다.
기계산업, 스마트팩토리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기계산업이 스마트팩토리를 어떻게 추진하는지 보자. 공장에 ‘통합 생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더 개선할 수 있는 공정을 분석한다. 품질 관련 부문에서는 테스트 마이닝을 통해 어느 공정, 어느 시점에 품질의 결함이 많이 발생하는지를 찾아낸다. 기계를 만드는 회사는 이를 운용하면서 나오는 현장 데이터로 현재 상태를 체크하고, 미래에 어떤 장애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다. 실제 출고된 기계와 같은 제품을 컴퓨터 모델로 만들어, 고객사이트에서 기계가 운전하면서 발생한 데이터를 컴퓨터 모델의 경계조건으로 모사하면, 가까운 미래에 그 기계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9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지멘스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이 이런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계사업부의 순이익 중 절반 이상을 비포서비스(Before Service) 시장에서 얻고 있다. 이렇게 기계가 언제 고장날지 예측할 수 있는 조기경보 솔루션을 도입하면 비용은 최소화하고 생산성은 높일 수 있다.
이렇듯 제조업이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려면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비즈니스가 데이터 중심으로 일어나고, 제품 판매보다 서비스 판매로 그 중심이 바뀌어야 하며,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여기서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조공장만 ‘스마트’하게 운영되어서는 역부족이다. SCM(공급관리망) 전반에 걸쳐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알고리즘의 활용뿐 아니라 핵심지표를 일목요연하게 모아놓은 대시보드를 적극 활용해 전 직원이 목표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스마트팩토리의 선두주자, LS산전
국내에서 스마트팩토리를 모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LS산전의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전력기기를 생산하는 공장의 경우 부품 공급부터 조립, 시험, 포장 등 전 라인에 걸쳐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한다. 그리고 ‘수요예측 시스템(Advance Planning & Scheduling)’이 적용된 유연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시스템은 주문부터 생산계획, 자재발주까지 자동 생산관리가 가능한 유연생산 방식으로, 생산라인에 적용되어 조립·검사·포장 등 전 공정의 자동화를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ICT와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다품종 대량 생산은 물론 맞춤형·소량 다품종 생산도 가능해진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한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생산성 측면에서는 설비 대기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고, 생산성은 60% 이상 향상됐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55% 이상 절감됐으며, 불량률도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수준인 6PPM(Parts Per Million)으로 급감했다.
이후 추진해야 할 일은 고객사이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서비스 분야에서 매출 비중이 커지도록 공장의 스마트화를 고도화해야 한다. 이처럼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해 고객과 상호작용을 하면 그들의 불편이나 불만을 파악해 고객이 무엇을 원하기 전에 필요한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통적인 제조업이 살아남는 길은 업의 개념을 제품 중심에서 고객 입장의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임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