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의 저주

협력의 가장 큰 장점은 서로 도와서 개개인이 할 수 없는 큰일을 수행하거나 팀워크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은 조직의 리더가 적절하게 팀워크를 이끌어줄 때 성과가 나온다. 때문에 팀워크를 통한 시너지 창출은 리더의 핵심과제다.
지금까지 인류는 ‘경쟁’과 ‘협력’을 적절히 활용하며 번영해 왔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우리 사회는 ‘협력’ 대신 ‘무한경쟁 체제’를 종용했고, 그 결과 경쟁의 한계와 부작용을 아프게 겪었다. 적절한 경쟁은 좋은 성과를 내지만 무한경쟁은 시간이 경과하면 독성을 생긴다. 치열하고 지속적인 경쟁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스트레스가 누적돼 번아웃 상태로 몰아간다. 팀원을 내부 경쟁자로 인식해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팀워크도 깨진다. 처음에는 자신의 성과를 높이려고 노력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자가 무너지기를 바라거나 시기하는 등 인성까지 파괴된다. 때문에 무한경쟁의 끝자락은 상생이 아닌 상쟁(相爭)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이 되면 성과 창출은 고사하고 생산성마저 떨어지는데, 우리가 한동안 목격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도산은 대부분 무한경쟁의 저주 때문이었다.

협동을 넘어, 협업으로 가는 길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끼리 돕는 것이 ‘협동’이다. 협동조합을 예로 들 수 있다. 반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기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돕는 것은 ‘협업’이다. 대학병원의 협진을 예로 들 수 있다. 내과, 외과, 신경정신과, 엔지니어 등이 모여 병의 원인을 찾고, 함께 치료해 나가는 게 협진이다. 만약 내과의사 다섯 명만 모인다면 아무리 탁월한 역량을 가졌더라도 내과적 전문성을 벗어난 것은 대처할 수 없다.
과거에는 협동을 통해 단순한 시너지를 추구했다면 오늘날은 협업을 통해 거대한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되었다. 서로 다른 기술, 서로 다른 콘텐츠를 연결하고 융합시켜 융복합 창조를 해나가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협업은 크게 내부협업과 외부협업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협업은 조직 내에서 부서끼리 장벽을 넘어 서로 돕는 것이고, 외부협업은 다양한 외부조직과 서로 도와 상생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때 외부조직은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자체, 예술단체, 대학교 연구기관 등 모든 조직이 대상이 된다. 지금까지의 기업은 ‘핵심 역량’만 있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지만 이제는 ‘협업 역량’까지 갖추어야 성장할 수 있다. 외부로부터 인정받는 전문성을 키워가야 할뿐 아니라 끊임없이 협업 할 파트너를 탐색해야 한다.

협업에도 법칙이 있다?

협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다름(異)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인간은 같은 부류, 같은 문화권과는 잘 어울리지만, 다름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의심하고 적대감을 느낀다. 협업을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소통과 공감 그리고 호감과 신뢰가 조직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협업의 첫걸음이다.

2 협업 추진을 위해 반드시 평가시스템에 협업지표를 넣는다

월트디즈니의 임원 평가시스템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데, 이 회사 임원들은 자신의 기본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면 70점을 받는다. 나머지 30점은 다른 부서 임원과 협업해서 성과를 인정받았을 때 받는 점수다. 아무리 자신의 부서 업무를 잘해도 협업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평가시스템을 A, B, C, D, E등급으로 나눠놓고 협업하라고 종용하면 협업이 되질 않는다. 평가시스템 변경은 필수적이다.

3 부서 장벽을 존중한다.

서로 다른 부서가 존재하는 이유는 전문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 전문성을 존중받을 때 자긍심을 느끼지만 무시당하면 방어하거나 저항한다. 혁신이란 명분으로 과감한 통폐합, 울타리 제거, 장벽철폐라는 변화가 생기면 조직 구성원들은 불안을 느끼고 저항한다. 협업을 위해서 장벽을 없앨 이유는 없다. 부서 간 장벽에 문을 달고 창을 달면 된다. 필요시에는 다른 부서와 함께 일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독자적으로 일하면 된다.

4 협업관리자(CCO)가 필요하다.

정보화사회가 밀려오면서 정보관리자(CIO)란 직업이 생겨났다. 전산실과 정보시스템 전체를 책임지는 관리자인데, 일정 규모 이상 조직에서는 반드시 정보관리자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조직의 협업 업무를 기획하고 촉진하고 평가하고 확산시켜 조직성과를 높이는 사람이 협업관리자(CCO: Chief Collaboration Officer)다. 협업관리자가 있어야 전사적인 협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5 협업 교육과 전원 참여가 중요하다.

협업의 개념, 추진 방법, 성공 사례 등을 공유하고 학습해 조직 구성원의 협업 마인드를 높이고, 협업 아이디어 공모나 포상 등을 통해 조직의 협업 분위기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실제 협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기아자동차와 영실업의 협업 사례는 좋은 시사점을 준다. 하나는 자동차 제조 회사고, 하나는 장난감 제조 회사다. 업종이 전혀 다른 기업이다. 또 글로벌 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의 조화다. 이렇게 전혀 달라도 협업이 가능하다. 협업은 기아자동차가 먼저 제안했다. 영실업에서 만드는 장난감 자동차에 기아자동차를 모델로 써달라는 것. 장난감 자동차가 잘 팔리면 홍보 효과가 생겨서 차가 잘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제안했다. 대신 자동차가 잘 팔리면 일정 부분 홍보비를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두 회사는 윈윈(Win-Win)의 성과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