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서 찾은 세상과의 ‘감성소통’

TBS FM 라디오 방송, 큰 울림으로 퍼질 <가슴에 담아 온 작은 목소리>는 이지선 교수가 작은 목소리들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도구였다. 지금은 가을 개편 중이라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화상 사고 후 기적적으로 살아난 그녀가 진행자로 나섰던 올해 라디오 방송은 작지만 따뜻한 이슈를 만들어 내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라디오 진행도 그녀에게는 생소했다. 막연하게 사회복지 연구를 통해서 정책적으로 변화를 주고 싶다던 ‘큰 그림’이 작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낮은 자세’로 바뀌게 된 것도 바로 라디오를 진행하고 나서 부터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걸 깨달았어요. 사회의 다양한 분야의 작은 목소리들은 사실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질 않아요. 그리고 일반 사람들은 작은 목소리를 들을 기회조차 쉽게 접할 수 없죠. 그래서 전 라디오 진행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만난 김온유 씨는 이지선 교수에게 깊은 기억으로 남았다. 의료사고로 폐 기능을 상실한 그녀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숨을 이어가게 해줄 24시간 봉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 김온유라는 한 사람이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게 지금까지 무려 11년 동안이나 자원봉사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 이지선 교수마저도 세상은 아름답고 살아갈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느꼈다.
“삶에 감사한 것, 편견을 바꾸는 상황이 세상에는 너무 많았던 거예요. 비로소 내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곳. 작은 목소리를 내고, 들어주는 ‘우리’들의 소통이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던 겁니다. 덕분에 작은 목소리를 전하려고 했던 방송의 진정한 의미도 다시금 찾을 수 있었고, 불편함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가정들, 슬프고 담담한 우리의 이야기 등 무언가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거죠.”
책과 논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실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작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소통에 대한 공부를 했던 이지선 교수.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정책이 보호하지 못하는 아픈 ‘틈’을 소통을 통한 감성으로 메꿔주고 싶다고 그녀는 말한다.

“다들 행복하고 싶어서 살잖아요.
그게 사람이죠!”

희망의 아이콘이 전하는 이야기

2000년 7월 30일, 음주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에서 그녀가 탄 차가 폭발했다. 이후 의식이 돌아온 그녀를 기다린 건 전신 55%에 이르는 3도 화상, 죽음의 문턱이었다. 그녀는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사고 후 40번이 넘는 대수술과 재활치료를 이겨내며 묵묵히 치료에 전념한 이유도 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이지선 교수는 살아났고, 사고 후 달라진 자신의 삶을 솔직한 이야기로 담아낸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을 출간, 용기와 희망을 세상에 전하는 긍정의 아이콘이 되어 유명해진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의 스토리다. 하지만, 그녀가 유명세를 탄 건, 결코 사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고 후, 미국 유학길을 택해 미국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정신력, 자신을 응원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동감할 수 있었던 포용력 등, “세상을 바꿀 큰일보다 나의 작은 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하던 그녀는 이미 다른 생각을 가진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그런 그녀도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만 봐도, 이 사람, 저 사람,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다른 부류의 모든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소통하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죠.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관계도 사실 어려운 관계입니다. 그래서 소통을 위한 작은 조언을 해보자면, 아이 메시지(I message)를 적극 활용해 보자는 거예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감정이 상했고, 또는 관계를 개선하고자 할 때 필요한 방법인데요. ‘너 때문에 이렇게 됐어!’가 아닌 ‘나는 기분이 이래’, 또는 ‘나는 이렇게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어.’ 등 나를 주체로 스스로의 감정을 적극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죠. 내 마음이 어떤지 표현하지 않으면 남은 모르는 거니까요.”
사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이에 나를 표현할 줄 아는 문화가 익숙한 사회 속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당연히 사회와 조직은 더욱더 건강해질 것이라는 것이 이지선 교수의 생각이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나를 표현할 줄 아는 문화가 익숙한
사회 속에서 소통할 수 있다면, 당연히
사회와 조직은 더욱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이지선 교수는 말했다.

산전인에게 전하고픈 그녀의 철학은?

“다들 행복하고 싶어서 살잖아요. 그게 사람이죠!”
산전인에게 전하고 싶은 그녀만의 철학이나 가치가 있냐고 묻자, 대뜸 돌아온 대답이다. 쉬우면서도 아리송한 답변이다. 하지만 두세 번 곱씹으니 대충 이해는 된다.
“제가 지금은 학생들 앞에서 강의도 하고, 또 강연도 많이 다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내용은 어렵지 않아요. 제 강연의 가장 대표적인 주제는 바로 ‘선물’인데요. 모든 사람에게 삶이란 선물과 같은 의미란 뜻이랍니다. 저는 큰 사고를 경험하면서 많은 걸 잃었을 때, ‘정말 내가 가진 것이 모두 내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일상생활이 가능해진 지금도 삶 자체는 제게 축복인 셈입니다. 시간도, 가족도, 친구도, 직장도... 모든 것이 당연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감사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불행해집니다. 반대로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행복해지죠. 우리는 적어도 손톱은 내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잖아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작은 손톱마저도 내가 통제할 수 없어요. 결국 내 것이 아닌 거죠.”
그녀는 말한다. 산전인들도 작은 생각의 전환으로 행복한 바이러스가 넘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삶이라는 선물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산전인이라면, 감성소통으로 더욱 멋진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행복과 긍정의 아이콘으로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이지선 교수, 그녀는 너무도 괜찮은 사람이다.


산전인과 이지선 교수의 현문현답

상상하기 힘든 역경도 결국 이겨내셨어요. 교수님은 초인이셨나요?

제가 초인이라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초인일거예요. 주변에 저 같은 사람 굉장히 많고요. 사실 어려움이 닥치면, 사람은 누구나 다 극복하게 되어 있어요.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저처럼 사고나 불운한 일을 당해 어려운 경험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답니다. 그런 분들도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지요.

“인생은 참 맛있는 것이었다.”라고 인터뷰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의미였나요?

많은 사람들은 제 인생이 불행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의 이런 삶에도 행복이 있었고, 진심으로 사는 맛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가 쓴 책 제목도 ‘인생은 참 맛있는 것이었다’로 하려 했지만, 요리책 같다는 오빠의 반대에 마음을 바꿨죠. 사고 이후에 의식이 돌아오고, 산소 호흡기를 제거하면서 병원에서 제게 가장 먼저 준 것이 물이었어요. 그 물을 목으로 조심스럽게 넘겨보는데, 그 와중에 그 물이 너무 맛있더라고요. 사는 건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고, 이후 그 뒤로 살아남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그 물 맛을 기억했죠.

베스트셀러 ‘지선아 사랑해’의 작가이신데요.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내 삶이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의 생명도 소중한 거예요. 결국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단정하는 말투나 행동들이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가에 말하고 싶었답니다. 산전인 여러분도 꼭 자신을 사랑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