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연구주제로 각광받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최근 해외 주요국(미국, 독일, 일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응하여 기존 에너지·전력산업 관련 제도의 보완 및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기술 등의 신기술을 전력산업에 접목하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미국 중부 전력회사인 Exelon 는 GE의 Predix 플랫폼을 도입하여 생산설비의 실시간 관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설비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한 바 있으며, 뉴욕 지역 전력회사인 Con Edison의 경우 광섬유 기반 데이터 통신 및 자동화 소프트웨어 도입을 통해 데이터 수집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기도 하였다. 독일의 E.ON 는 자사 그리드 시스템에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하여 전력발전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설비운영 부문에서의 빅데이터 활용도를 제고하였으며, RWE는 베를린·런던·텔아비브·실리콘밸리에 각 지역 특성에 맞는 ‘Innovation Hub’를 구축하고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사업모델을 개발 중이다. 일본에서도 대형 전력회사들(도쿄전력, 간사이전력)을 중심으로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기술의 결합,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 응용연구 등을 진행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빠른 기술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독일 RWE의 Innovation Hub 운영 요약
허브 중점 혁신분야 연구내용
베를린 Machine Economy 블록체인 및 암호화 관련 기술 연구
런던 Smart & Connected AI, 건물 건축/유지관리 디지털화 기술 연구
텔아비브 Cyber Venture 사이버 보안 관련 기술 연구
실리콘벨리 Disruptive Digital 에너지 시장 민주화, 에너지 가치사슬의 개방 관련 연구

자료: Innogy(2017), pp.26∼28 내용을 바탕으로 필자가 정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복합 흐름에
발맞춘 전력산업으로의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관련
기술적·제도적 혁신을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에너지 및 전력 부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부의 관심 증가

전력산업에 4차 산업혁명 신기술(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이 접목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력산업에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어떠한 변화가 발생할 것인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력수요 측면에서는 빅데이터 및 사물인터넷 등의 활용으로 스마트 빌딩과 스마트 공장이 확대됨에 따라 산업용 전력소비가 감소하여 전체 전력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4차 산업혁명 신기술로 향상된 에너지효율이 에너지 최종소비를 오히려 증가시키는(리바운드 효과)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혼재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신기술들이 전력수요관리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것이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이 간헐성 전원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불안정성 완화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 대체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 부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이 국내외를 불문하고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와 전기자동차 충전 및 결제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전력거래에 블록체인의 활용을 위한 제도개선 및 기술개발 등의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의 전력산업에 대한
적용방안 및 기대효과 분석 필요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에 대한 관심과 활용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신기술들이 우리나라 전력산업에 시범적으로 도입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확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존 법·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ICT 융복합 기술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지속적 혁신이 가능한 법제도로의 개선’ 및 ‘유연성 있는 규제제도의 확립’이 요구되며, 이러한 측면에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에너지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행 전력시장 제도를 예비력과 통합하여 운영하고, 하루 전(day-ahead) 시장을 당일 15분 또는 5분 단위의 시장으로 개편하여 간헐성 전원(태양광, 풍력 등)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제고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의 증대는 데이터 관련 신산업 창출의 기회요인이면서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기존의 법제도가 블록체인이나 빅데이터 기술의 적용 및 발달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 또한 사실이겠으나 개인정보 활용에 따른 정보보안 책임이 경시될 수는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철저히 준수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대한 처벌은 현행 수준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논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4차 산업혁명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복합 흐름에 발맞춘 전력산업으로의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관련 기술적·제도적 혁신을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생태계 육성 차원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데이터 3법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