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산업 자동화
분야에서는 최강자
B&R은 유럽의 다른 기업에 비해 역사가 짧다. 게다가 대표적인 제품군이 기계와 공장 자동화 부문에 치중되어 있기에 우리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기업이다. 하지만 속살을 뜯어보면 B&R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가장 전도유망한 기업이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자동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산업 자동화 부분의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농업을 비롯하여 건설과 같은 옥외 자동화뿐만 아니라 소형 공장의 자동화에서 대형 다공정 생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산업의 자동화 플랫폼을 개발하여 제공한다. 특히 플렛폼 기술과 자동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7년 B&R의 POWERLINK는 전기전자기술협회(IEEE, 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에서 산업용 하드 리얼타임 통신을 위한 국제표준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IEEE의 산업용 실시간 워킹그룹(IRC WG- Industrial real-time communication working group)이 산업용 이더넷 표준화 정의에 관해 표준규격으로 채택한 것은 아직까지는 POWERLINK가 유일하다. 2017년 인수 합병의 공룡기업인 ABB가 인수하면서도 기술력을 살리기 위해 독립적인 비즈니스 유닛으로 남기기로 했을 정도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
B&R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것은 그들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 이외에도 그들의 독특한 제품 철학 또한 자주 회자된다. B&R이 천명하는 철학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라는 것인데, 그에서 비롯된 그들의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우선 B&R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수정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완성된 제품에 손을 대는 것은 기업들에게 금기 사항이다. 그러나 B&R은 자사의 제품을 고객이 맞추어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판의 배열 같은 단순한 외형 변경뿐만 아니라 제품에 삽입된 자사의 로고를 가리는 것도 허용한다. 따라서 실제로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제품 중에서 B&R의 로고를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적지 않다. B&R 직원들조차도 특정 제품에 자사의 제품이 사용되었는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자신들의 가치보다 고객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B&R이라는 기업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몇몇 엔지니어 군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수요업체들 입장에서 볼 때, 마치 자신들이 전 과정을 제어하여 만든 제품인 듯 선보일 수 있어 B&R은 매력적인 업무 파트너일 수 있다.
표준을 지키면서도 호환성은 높게
이에 못지않은 B&R의 장점은 표준화와 호환성이다. 각기 다른 기계 개념과 제조 업체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개념의 표준을 제정한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B&R은 표준이 미래를 위한 동력이라는 생각에 따라 꾸준히 표준제정과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오픈 소스 솔루션을 일찍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덕분에 B&R은 다수의 자동화 관련 표준을 획득했다. 또, B&R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조합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며 무시무시한 호환성을 자랑한다. 설정 변경이 간단하고, 다양한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로 되어 있다. 고객들마다 사용환경이 다르고, 공정이 다르다. 자동화 솔루션은 개별 기업에 맞추어 프로그래밍해야 하는데 B&R의 솔루션은 이러한 공정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제품을 구성하고 있다. 덕분에 시스템 간의 조화를 신속하게 이루어낼 수 있으며, 프로젝트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
이에 비해 B&R은 제품 홍보 방식이 조금 색다르다.
제품 및 성능의 기능을 알리기보다 최종 소비자가 누구인지를 알린다.
“○○기업에서 새로 증설한 공장(도입한 기계)에 자사 제품이 활용되었다”라고 홍보하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현대중공업도 B&R의 제품을 도입하였는데,
현대중공업이 알파라발의 제품을 채택하면서 B&R의 기술력을 확인하고, B&R과의 전략적 제휴를 결정했다고 한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언제든 드러난다. 요즘 고객들은 현명하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