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그냥 나가시면 됩니다, 세계 시총 1위의 유통회사
올해 초 세계인의 관심을 끈 뉴스는 단연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이 마이크로소프트(MS)를 꺾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의 성장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탄탄한 기반을 마련한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사업과 신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신사업 중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아마존 고(Amazon GO)’다. 세계 최초의 무인 슈퍼마켓으로, 겉모습은 일반 슈퍼마켓과 다를 게 없지만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는 것이 특징. 쇼핑 후 출구로 빠져나가면 자동으로 계산이 완료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컴퓨터가 사람의 눈처럼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술) 등 첨단기술이 매장 곳곳에 녹아있기 때문. 이 매장을 이용하려면 아마존 회원 가입 후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가기 전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QR코드를 출입문에 댄다. 이후 사고 싶은 상품을 들면 천장에 달린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들이 고객이 어떤 상품을 선택했는지 자동으로 감지하고 애플리케이션과 연결된 신용카드로 비용을 청구한다. 골랐던 물건을 다시 진열대에 가져다 놓으면 계산에서 제외되며, 반품과 환불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능하다.
2016년 12월 처음 문을 연 아마존 고는 직원을 대상으로 시험 운행하다 2018년 1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이후 빠른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오늘날에는 ‘유통의 혁신’, ‘유통의 미래’ 등으로 불리며 전 세계 유통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화장품을 만드는 필름회사
1990년대까지 세계 카메라 필름 업계 선두 주자였던 일본의 후지필름. 하지만 이제 단순히 필름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큰 위기를 맞은 후지필름은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한다. 변화의 시작은 후지필름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잘하는 일인 필름을 만드는 기술에서 시작됐다. 그들은 필름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콜라겐’이라는 점에 착안해 피부에 적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거기에 사진의 변색을 막는 항산화 성분 연구도 피부 노화 억제 연구로 확장했다. 빛을 다루는 민감함에 집착한 기술을 고스란히 피부에 적용시킨 것. 그리고 2007년 9월 ‘아스타리프트’라는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탄생시킨다. 이후 의약품, 재생 제품 등 생명공학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혀 큰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직경 1㎜의 초소형 내시경 렌즈, 레이저 프린터 기술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블루 레이저 내시경도 내놓았다. 디지털카메라·스마트폰 등장으로 과거 주력 제품이었던 필름 시장은 사라졌지만, 후지필름은 사업 체질 변화를 통해 2017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다. 미래 사업도 필름 물질에서 발굴하고 있는데 인공 피부, 인공 무릎 연골에 들어가는 콜라겐을 인공적 합성하는 기술 등이 그것이다.
후지필름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신사업 도전에 있어 후지필름이 가진 진짜 경쟁력은 필름을 만들 때 들어가는 100여 가지 화학물질을 생산·가공하는 원천 기술이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뚝심 있는 믿음으로 스마트에너지 세상을 개척하다
국내 스마트에너지 사업의 선두 주자 LS산전. 최근 에너지 전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를 넘어 많은 글로벌 기업이 LS산전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LS산전은 국내에서 스마트에너지라는 말이 아직 생소하던 2008년 신성장동력 사업을 스마트에너지로 지정, 관련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LS산전의 스마트에너지 기술은 날로 높아져 갔고, 짧은 기간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들을 내놓으면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성숙되지 않은 시장 환경 탓에 스마트에너지 사업은 경영성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많은 기업이 신사업이 적자를 보면 그 사업을 접지만, LS산전은 달랐다. 외려 가속 페달을 밟으며 스마트에너지 사업에 더욱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스마트에너지 사업에서 흑자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그해 매출액 2조 4,850억 원, 영업이익 2,051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다.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고, 뚝심 있는 믿음으로 진행해온 신사업이 10년 만에 빛을 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LS산전은 제조업의 혁신이라 불리는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1년부터 약 4년에 걸쳐 200억 이상을 투자, ICT와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다품종 대량 생산은 물론 맞춤형·소량 다품종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팩토리를 청주사업장을 시작으로 전 사업장에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가 에너지 전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금, LS산전의 영역이 어디까지 넓혀질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