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 그들의 공통점

1911년, 두 남자가 각자의 탐험대를 이끌고 남극점으로 향했다. 목표만 같을 뿐, 둘은 모든 면에서 달랐다. 아문센은 노르웨이, 스콧의 국적은 영국이었다. 아문센은 경험을 소중하게 여긴 반면, 해군 출신 스콧은 학자에 가까웠다. 운명도 크게 엇갈렸다. 아문센은 1911년 12월 14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남극점에 도착했고, 스콧은 이보다 40일 늦게 도착했다. 고국으로 무사히 돌아온 아문센은 국민적 영웅이 된다. 스콧은 추위와 굶주림에 대원을 모두 잃고, 본인도 마지막 일기를 끝으로 눈을 감았다.
스콧이 남극에서 숨을 거둔 지 16년 후인 1928년, 아문센은 다른 탐험대를 구하러 북극으로 갔다가 행방불명된다. 국적도, 성격도, 운명도 엇갈렸지만 그들에게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미지의 세계를 향한 불굴의 도전 정신. 그들은 차가운 남극과 북극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인류의 도전 정신은 더 뜨겁게 달아올라 지구 밖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착한 아문센.

일류 최후의 개척지를 향한 끝없는 도전

땅에서 더 개척할 곳이 없어지자 인류는 우주로 눈을 돌린다. 아문센과 스콧이 남극점을 목표로 사투를 벌였다면, 냉전시대 미국과 옛 소련은 우주를 목표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옛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며 기세를 올리자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1969년 7월 16일, 세 명의 우주인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지구를 출발한다. 그리고 4일 후 닐 암스트롱과 버즈올드린이 달착륙선으로 ‘고요한 바다’에 착륙한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은 이런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첫걸음은 한 인간에게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
올해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0년이 흘렀다. 이제 달은 전 세계적인 우주 경쟁의 각축장이 되었다. 올해 초 중국의 창어 4호는 달의 뒷면에 착륙해 파노라마 사진을 보냈다. 인도는 조만간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 시험용 달 궤도선을 쏘아 올릴 예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달과 화성의 거주. 그야말로 인류의 영토를 우주까지 확장하기 위한 야심찬 도전이다. 이를 위해 미항공우주국(NASA)은 국제협력을 통해 지구와 달 사이에 ‘달 궤도 우주정거장(Gateway)’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달과 화성, 소행성 탐사의 전진기지이자 더 깊은 우주로 가기 위한 교두보를 만들겠다는 것. 스페이스X,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 등 민간기업도 우주여행을 실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류는 지구 밖 우주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지구 속 우주’ 개척에도 끝없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다. 인류는 지구에서 34만km 떨어진 달에는 발을 디뎠지만, 바닷속으로는 고작 10km 정도까지만 내려가 봤을 뿐. 바다를 향한 도전은 어쩌면 우주보다 더 큰 모험인지도 모른다.
미 해군의 심해 유인 잠수정 ‘트리에스터’는 지난 1960년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에서 1만 916m까지 잠수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2년 영화 <타이타닉>을 제작한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론은 특수 제작한 1인용 잠수정을 타고 1만 898m까지 잠수하기도 했다. 최근 3~4년 동안 탐험가, 과학자, 엔지니어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인류 최대의 심해 탐사를 위해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저 5곳에 유인 잠수정을 내려보내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이 쏘아올린 스포츠카 로드스터.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우주를 유영하는 사진이다. ⓒSpaceX

우주여행? “당황하지 마라(Don’t Panic)”

2018년 2월, 스페이스X는 현존 최강의 로켓 ‘팰컨헤비’ 시험 발사에 성공한다. 스페이스X의 괴짜CEO 엘런 머스크는 자신이 직접 몰던 빨간색 전기차를 이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운전석에는 우주복을 착용한 마네킹 ‘스타맨’이 앉아 있고, 오디오에서는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운전석 앞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당황하지 마라(Don’t Panic).’ 인간의 도전과 상상력은 오늘날,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제 머지않아 인류가 달과 화성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는 우주선에서 안전벨트를 메며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당황하지 마라(Don’t Pa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