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선택이 아닌 필수
2016년 기준 전 세계 총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24%. 하지만 오는 2030년에는 36%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유럽연합 국가들의 비중은 30%를 넘어섰고, 중국(25%)과 일본(16%)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전 지구적인 탄소 감축 규제와 청정에너지 생산기술 경제성 제고,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 등이 재생에너지의 빠른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을 통해 2017년말 발전량의 6.7%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11.3GW(기가와트)에서 58.5GW로 5배 이상 늘게 된다. 최근 공개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에 따르면, 2040년 중장기 국가 재생 에너지 비중 목표는 이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30~35%이다. 선진국의 목표(40~70%)와 비교하면 낮지만 현재 수준에 견줘보면 적은 양이 아니다. 대규모 설비 확충 과정에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4월 발표한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에너지 전환을 계기로 태양광·풍력발전을 새 성장동력 산업으로 키운다는 내용을 골자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제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재생에너지 시대의 숙제,
발전량 예측·유연성 전원 확충·ESS 확대
진정한 재생에너지 시대는 태양광이나 풍력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전기 또는 전력은 공급과 수요가 항상 같은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는 재화다. 특히 전국의 모든 발전소와 공장, 가정을 연결하는 전력망은 항상 일정한 주파수와 전압, 과도 안정도(갑작스러운 전력계통 내 변화나 사고에도 발전설비가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미세한 균형이 깨지는 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은 보장되지 않는다. 2011년 9월 15일 발생한 수도권 대규모 순환정전 사태도 늦더위에 급증한 수요를 공급(발전량)이 따라잡지 못해 발생했다. 즉 재생에너지 시대의 안정적 전력 수급은 날씨나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한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발전량 예측·유연성 전원 확충·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 중 발전량 예측은 풍속이나 일사량 등의 기상 정보를 활용해 미래태양광·풍력발전량을 예측한 뒤 이를 토대로 수급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서도 전력망 운영에 이 기술을 시범활용하고 있다.
유연성 전원 확충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발전량을 인위적으로 급증·급감시키는 가스터빈 등의 발전기 비중을 늘리는 것을 일컫는다. 출력 조절이 불가능한 태양광·풍력발전량이 24시간 동안 일정한 패턴으로 변화할 때 적절히 개입해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형 원전이나 석탄화력은 안전과 효율 저하 문제로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단독운전이 가능한 가스터빈을 확충하고 대규모 ESS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양수발전소도 새로 건설할 예정이다.
이 외에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완하는 방법은 ESS 확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땐 잉여량을 ESS에 저장해 놓고, 반대로 공급이 부족할 땐 저장해 놓은 전기를 꺼내 쓰면 된다. 수압이 일정하지 않은 수도꼭지라도 큰 수조에 물을 받으면, 언제든 떠서 쓸 수 있고 채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까지 국내에 설치된 ESS는 장시간·대용량용 양수발전 4.7GW와 리튬배터리계열 단시 간·분산전원용 ESS 4.5GW 등 모두 9.2GW다. 이 가운데 배터리 ESS는 정부의 에너지신산업 대표 아이템으로 선정돼 불과 2~3년 사이 3GW 이상이 보급됐다. 태양광·풍력발전 생산전력을 저장하는 재생에너지 연계용을 비롯해 전력계통 주파수를 고르게 유지시켜 주는 FR(주파수조정)용, 야간 경부하 시간대에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기료가 비싼 주간 시간대에 이를 사용토록 해주는 피크부하저감용 등 용도도 다양하다.
ESS 산업, 위기를 기회로
LS산전이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 태양광발전소에 설치한 ESS가 재생에너지 연계용이고, 청주사업장 등에 설치한 ESS가 피크저감용이다. 한전이 주요 변전소에 설치한 376MW는 FR용이다. 향후 가정용 태양광 보급이 늘어나면, 수kWh 단위 소용량 ESS가 대거 보급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급히 먹은 밥이 체하는 법. 전 세계에서 유례가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국내 ESS 산업은 올초까지 이어진 20여건의 연속 화재 사고로 현재 전체 설비의 절반가량이 가동 정지 상태다. 배터리계열 ESS는 전기의 힘, 즉 물리력을 화학적 형태로 바꿔 농밀하게 저장했다가 언제든 이를 꺼낼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유용한 장치다. 하지만 다량의 에너지를 품고 있어 세심한 2차전지 생산과 시스템 관리·운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화재가 발생한 ESS 중 LS산전 제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안전성을 대폭 보강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꾀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전 세계로 나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재생에너지 시대로 다가갈수록 ESS의 역할과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계가 힘을 모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시대로 다가갈수록
ESS의 역할과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계가 힘을 모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