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신뢰의 기술이 중요

20~30년 전만 해도 디지털은 ‘숫자가 나오는 시계’ 정도를 지칭하는 용어일 뿐 우리 일상과는 무관해 보였다.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은 아날로그였기에 느리고 부정확했으며, 정보가 말이나 문서로 오갔기 때문에 저장이나 열람도 어려웠다.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라는 말도 일부 공장이나 실험실에서나 사용될 뿐,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출근길의 직장인에게는 그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디지털이 아무 곳에서나 등장한다. 게임이나 데이터 통신처럼 명백한 것은 물론 목소리나 음악, 영상도 애초부터 디지털로 만들어지고 공유된다. 이제는 디지털 아닌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해도 무방할 정도.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결코 여기에서 멈추지도, 만족하지도 않는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많은 기계와 기술 중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기술과 활용, 지향점을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는 자율주행차다. 센서로 주변의 차량이나 사람, 차선 등을 감지하면서 인공지능으로 판단해 주행하는 것이 자율주행차의 주된 기능. 센서는 초당 수십 회 이상 주변의 상황을 체크하고 인공지능은 그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차량의 운행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런 수동적인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계에게 단지 일을 시키는 것을 넘어 도로에서 핸들을 넘겨주고 나와 가족의 목숨을 맡기려면 최대한 고도화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트랜스폼된 세상에서 사람은
단지 중요한 일, 하고 싶은 일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나머지는 인공지능, 센서, IoT 등
자동화된 기계가 알아서 관리해 준다.”


사람을 뛰어넘은 데이터 처리 능력

향후 도로에 자율주행차가 늘어나게 되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IoT, 즉 사물인터넷 기술. 아직도 인터넷 하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월드와이드웹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만큼, 자율주행차가 인터넷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말 그대로 ‘사람’이 개입되지 않은 인터넷의 영역이다. 기계와 기계 상호 간에 인터넷망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필요한 작업을 자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그 요체이기 때문.
예전에는 식료품이 떨어지면 알아서 주문하는 미래형 냉장고나 빛이 밝아지면 닫히는 자동 커튼 등이 그 예로 등장했지만, 이제부터 도래할 거대한 사물 인터넷의 세상에서 그런 것은 지엽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많아지면 차량 사이에서의 데이터 소통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단순한 센서에 의한 감지가 아니라 주변의 자율주행차들이 속도를 높이거나 낮출 때, 혹은 방향을 전환할 때 내장된 컴퓨터에서 미리 정보를 전달 받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주행 효율이나 안정성을 훨씬 높일 수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자율주행차도 사실은 큰 그림의 일부다. 인공지능과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런 수준의 자동제어가 가능해지면 도시 전체를 그렇게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스마트 시티의 개념. 스마트 시티는 자신의 침실과 직장,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모든 것을 디지털화, 자동화해서 생활에 드는 품을 비약적으로 줄이고 생산성은 그만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도시의 대표적 난제인 교통 문제만 봐도 지금은 사람이 CCTV 카메라로 교통량을 파악하고 정보를 교환하지만, 이 역할을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하게 되면 각 교차로의 교통 상황을 연동·분석해서 효율적인 실시간 신호 제어가 가능해진다. 이런 수준의 데이터 처리는 사람이 결코 할 수 없는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효율과 생산성의 극대화

이렇게 IT와 기계가 접목되어 만들어지는 디지털 세상의 완성된 형태는 무엇일까. 일단 30년 전 말과 문서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던 시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알 수 있듯이, 디지털 툴을 통해 우리가 하는 일의 효율과 생산성이 극대화된다. 적은 노력으로 훨씬 많은 일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것. 이를 통해 사업의 번창과 수익의 증대 등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우리에게 주는 여가와 자유일지도 모른다. 디지털로 트랜스폼된 세상에서 사람은 단지 중요한 일, 하고 싶은 일에만 신경 쓰면 된다. 나머지는 인공지능, 센서, IoT 등 자동화된 기계가 알아서 관리해 주기 때문. 출퇴근에서 가사에 이르기까지, 매일 반복되면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 바로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소위 일상잡사들이다. 여기에서 해방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삶은 훨씬 여유로워질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