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에너지 소비 추진 방향

대한민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겠다고 천명하였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에너지 공급 측면에 대한 관리만 해서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기존 에너지 정책의 방향 변화가 필요함을 감지하고, 에너지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그동안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독점해온 에너지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기로 하였다. 2014년 대통령 주재 에너지 대토론회 이후 4년이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수요관리를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이다. 또한 정부 정책 못지않게 민간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민간 영역에서 그간 확보한 ICT 역량으로 에너지 빅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소비 최적화를 추진해야 한다.

효과적인 에너지 절약 방안의 필요성

우리 정부는 다양한 정책과 지속적인 실행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어 왔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이나 지원 제도의 혜택은 빌딩이나 공장과 같은 자체적인 투자가 가능하거나 외부에서의 단기 투자회수가 가능한 수용가에 집중되어 왔다. 따라서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중소사업장, 자영업 매장 및 일반 가정에 대한 효과적인 에너지 절약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소비자의 에너지 비용은 전기만이 아니라, 가스와 열(난방용)을 포함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스나 등유 등이 난방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로 대체되고 있으나, 가스와 열도 여전히 소비자에게는 주요 에너지 비용 요소이다. 결국 중소사업장, 자영업 매장 및 일반 가정에 대해 비용 효율적으로, 전기, 가스와 열의 에너지 비용을 최적화해 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다른 산업 기술(특히 정보통신)과의 협력을 통한 기술 융합도 에너지 산업과 정책의 커다란 진전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예전에는 활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실시간 계량 등과 같은 서비스들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와 그 혜택은 소비자에게 골고루 전해지고 있지는 않다. 수용가 전체 적용에는 막대한 투자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기술의 활용법

이제는 빅데이터 시대다.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대규모 용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유형 간 상관관계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에너지 소비 최적화를 위한 노력이 에너지원 별로 진행되어 왔다면, 향후에는 전기, 가스, 열을 포괄하여 에너지 소비 최적화를 추진해야 하고, 여기에 빅데이터 기술이 활용되어야 한다. 게다가 비기술적인 요소, 예를 들어 심리학과 사회공학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에는 자동화된 기술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소비 행동 양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포함된다.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소비를 줄여야 하는 동기만 부여된다면 적극적으로 그리고 스스로 소비 절약을 시행한다고 한다. 실제 K-MEG(한국 마이크로 에너지그리드) 과제를 통해 소비자가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알기만 해도 평균 7% 이상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즉, 에너지 관리의 방법론은 기술적인 융합을 넘어, 이제는 인문학과의 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에게 어떻게 소비 패턴을 정확히 알려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혹은 어떤 동기로 소비자가 소비 절약에 관심을 갖게 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기술적인 방법으로 제공하는 것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소비 최적화의 핵심이다.

에너지 최적화를 실현해보자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전기 공급회사의 소비자 정보(소비량, 월별 요금 등)를 개방한 결과로,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수많은 벤처기업이 생겨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는 전기, 가스, 열을 포함하는 에너지 소비 정보를 ICT와 융합하여 ‘한반도 그린버튼’이라 명명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어 공유하자. 그러면 빅데이터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서 혹은 자신들의 데이터를 함께 합쳐, 분석하고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아울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수혜가 크지 않았던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일반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능형 계량,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등 필요한 기술들은 무르익었다. 에너지 안보와 수급 안정을 위한 긴급대책에 힘을 쏟던 지난시기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안정된 유가와 전력예비율 여유 상태인 지금이 오히려 적기이고 이 골든타임을 잘 활용하여 국가 차원의 에너지 최적화를 실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