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처럼 추락한 ‘GE’

2018년 6월 21일, GE의 주가는 12.65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6월26일, 미국의 대표기업 GE가 미국 30대 기업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당했다. GE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제프리 이멜트의 후임 존 플래너리는 GE의 해체까지 언급하며 전구부문은 팔려고 내놨고, 가전부문은 중국의 기업인 하이얼에 팔았다. 부진한 전력 사업에서 GE가 회생하여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 지금 GE의 몰락은 플래너리의 책임이라 할 수 없다. 과거 전설적인 CEO 잭 웰치 제국의 영광은 로마처럼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잭 웰치가 이끈 20년 동안 GE의 시가총액은 120억 달러에서 2,800억 달러로 불어났고, 세계 최대의 복합기업이자 ‘아이콘’ 기업이었다. GE 회장에서 물러날 즈음 그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사실 GE의 몰락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피상적으로 보면 제프리 이멜트 시절부터 몰락이 가시화되기 시작했지만, 잭 웰치는 폭탄을 후임자에게 건네준 것이다. 잭 웰치 회장의 전성기 시절부터 GE는 보이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잭 웰치가 제조기업인 GE를 금융기업으로 바꾸어 놓은 데 있다. 그는 핵심 제조업, 서비스업, 기술 등을 그룹의 핵심 경쟁력이라 고 제시했지만, 당시 GE 이익의 60%는 금융회사인 GE 캐피털에서 나왔다. 탁월한 경영 전략과 혁신, 생산성 향상 등에서 경영성과가 발생하기 보다는 금융에 집중 투자한 덕택에 올린 착시효과나 크게 다름없었다. 금융업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자 GE도 무너졌다.
그 후 이멜트는 2009년 방송사 NBC 유니버설을 팔았고, 2015년 GE캐피털 자산의 90%를 매각했다. 잭 웰치의 경영 실적을 지탱해 준 양대 기둥을 팔아 치우며, GE의 원래 뿌리였던 제조업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멜트는 재임기간 동안 다양한 기업의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었다. 너무 비싼 가격에 사들인 기업들은 실적도 신통치 않았다.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겠다며 GE 디지털에 돈을 쏟아 부었지만, 이멜트의 방향성 없는 인수 합병은 실패로 끝났다. GE의 몰락 원인은 성공에 도취해 변화를 게을리 하면서 시작되었다. 끊임없는 혁신만이 경쟁력유지의 비결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잊은 것이다.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 전경

GE와 지멘스는 달랐다

바야흐로 세계의 제조업은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독일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 4.0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기업이 지멘스다. 지멘스와 GE는 유럽과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 기업이다. 1800년대에 설립된 두 회사는 100년 넘도록 경쟁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멘스와 GE의 관계는 GE와 또 다른 전기 기업인 WESTINGHOUSE와의 관계로 잘 비유된다. WESTINGHOUSE는 혁신적인 기업으로 GE와 경쟁했다. 전기표준으로 GE가 직류를 채택했다면, WESTINGHOUSE는 교류를 채택하여 미국의 전기시장을 석권했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멘스로 인수되어 사라지고 없다. GE가 지금은 WESTINGHOUSE와 똑같은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GE의 매출액은 157조 원, 지멘스는 91조 원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GE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반면 지멘스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가고 있는 중이다.

시마틱 PLCS(로봇을 조정하는 칩)를 생산하는 자동화 기계

GE와 지멘스는 달랐다

필자는 지난해 독일의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을 다녀왔다.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은 유럽 최고의 공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동화 수준은 75%에 이르며, 1,000여 종류의 제품을 연간 1,200만 개 생산하고 있다. 설계나 주문을 변경해도 99.7%의 제품을 24시간 내에 출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100만 개당 불량 수는 약 11.5개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품질 도 유지하고 있다. 암베르크 공장에는 수십 개의 컨베이어 벨트가 쉬지 않고 돌아가지만, 생산직 노동자들이 상당수가 기계 앞이 아닌 모니터 앞에 서 있다. 암베르크 공장은 데이터 처리실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루에 5,000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공장자동화와 품질관리는 이와 같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능했다.
이처럼 지멘스가 IT를 통한 제조혁신이 목표했다면, GE는 스스로 IT기업이 되고자 했다. GE는 “2020년까지 소프트웨어 TOP 10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지멘스나 UT(United Technologies) 등과 경쟁 관계에 있었지만, 앞으로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같은 거대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비교해 달라는 것이 이멜트의 주문이었다. 이멜트는 “2020년까지 산업 인터넷에 서 150억 달러(약 17조 5,050억 원), 제조혁신 분야에서는 10억 달러(약 1조 1,678억 원)를 만들어 내겠다.”라고 목표를 밝히며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했으나 실패했다. 기업의 변신은 기존에 쌓아놓은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시도되어야 한다. 기존의 모든 것을 무시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GE는 지금 인텔의 앤디 글로브가 말한 변곡점에 서있다. GE의 CPS 플랫폼 ‘프레딕스’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