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이유로 추측되는 건 다음의 사건이다. 지난 5월 1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회동을 하면서 ‘차세대 전고체 전지(All Solid Batteries)’라는 키워드가 이슈가 되었다. 이날 이 만남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슈가 된 ‘전고체 전지’, 특히 2020년 3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개발했다는 ‘전고체 전지’의 특성을 보면, 언론에 보도되기로 1회 충전에 800km를 주행할 수 있고, 리튬이온전지에 있었던 폭발 위험성이 현저하게 낮은 안전한 전지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 리튬이온전지를 이용한 전기차의 경우 1회 충전에 평균 400km, 테슬라 S의 경우 63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삼성에서 개발한 ‘전고체 전지’는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고, 폭발 위험성까지 없다고 한다. 이것이 상용화가 된다면 이 전지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에서 보면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간단하게 보더라도 왜 전고체 전지가 용량이 높은지, 혹은 왜 전고체 전지가 안전하다고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는 전고체 전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장점 및 가능성에 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높은 가격의 문제, 저온에서의
구동 문제 등 아직 남아있는
이슈들은 많이 있다.
필자를 포함한 여러 연구자가
이 문제들을 해결해서 많은
사람이 안심하고 편하게 탈 수
있는 고성능 친환경 전기차가
하루빨리 개발되기 바란다.

첫째, 안전성

흔히 리튬이온전지에서 얘기하는 폭발성이라는 부분은 리튬이온전지에 이용되는 액체 유기전해질이 원인이 된다. 유기물이라는 가연성물질은 온도가 높거나 충격을 가했을 때 폭발 위험성을 지니게 된다. 특히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전지가 충전된 상태에서 양극과 음극은 원래 리튬을 가지고 있던 상태/가지고 있지 않던 상태와 반대의 경우를 유지하기에 열역학적으로 완전히 안정된 상태가 아니게 된다. 이 상태에서 온도가 높거나 충격이 가해진다면 폭발 위험성이 있게 된다. 그에 비해 무기물 기반의 고체전해질은 가연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폭발 위험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온도가 올라가거나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급격한 발열 반응을 하지 않아서 폭발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사고가 필수 불가결하게 따르는 분야라서 충격으로 인한 폭발 가능성이 높은 시스템에 대해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둘째, 긴 주행거리

긴 주행거리는 배터리의 에너지밀도와 관련이 있다. 에너지밀도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고용량 전극 물질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전고체 전지는 고체전해질이라고 소개가 되었는데 리튬이온전지에서 구현되지 못했던 고용량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다는 말일까? 실제 3월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개발했다고 한 ‘전고체 전지’ 기술의 핵심은 음극으로 ‘리튬금속’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리튬금속은 리튬이온전지에서 이상적인 음극활물질로 알려진 소재인데, 실제 50년이 넘는 배터리 역사에서 리튬금속을 음극활물질로 적용하려는 시도는 많았으나, ‘독이 든 성배’라는 타이틀만 남긴 채 실패를 남긴 전설적인 물질이다. 2010년 중반에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리튬금속 음극을 다시 재조명하기 시작하면서 ‘독이 든 성배’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폭되었고, 다양한 연구가 소개되는 데 반해 실제 배터리에 적용할 만한 기술은 등장하지 못했다. 액체전해질을 이용하는 리튬이온전지에서도 리튬금속 음극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리튬이 전기화학적으로 증착이 되는 도금 과정에서 리튬금속이 수지상(그림1)으로 형성되는 특징이 있어 단락을 일으키고, 또한 액체전해질과 리튬금속의 계면에서 생기는 부반응층으로 인해 충·방전 시 가역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고체전해질을 사용하면 이 얘기가 달라진다. 고체전해질의 경우 리튬금속과 계면에서 생기는 부반응층이 현저하게 적기에, 수지상 형성을 잘 제어하고 밀도 있게 리튬금속을 전기화학 증착(전착)하게 되면 고용량의 음극활물질 구현이 가능하게 된다. 기존 연구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1)수지상 형성 제어, (2)계면의 비가역성 부반응층, (3)낮은 밀도 전착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니, 전고체 전지에서 800km급의 이차전지가 개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

고체전해질 내에서 리튬이온의 이동은 액체전해질과 다르다. 액체전해질 내에서 이온의 이동은 액체 내에서 자유롭게 이온이 이동하고, 전극에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그러나 고체전해질의 경우 전극에서 이동하는 리튬이온이 고체전해질의 전체적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일부 통로를 통해 흐르게 된다(그림2). 높은 전류에는 이온의 이동 역시 많아야 하는데 이때 국부적인 부분에 집중적으로 흐르게 된다. 또한, 이렇게 국부적인 리튬 이동의 원인이 고체전해질과 고체전극 간의 접촉면이다. 계면에 동일한 접촉을 하고 있어도 국부적인 이동을 하는 고체전해질이 제한적인 접촉면을 가지고 있다면 더 적은 통로 수를 갖게 된다. 이에 고체전해질의 상용화를 위해선 고체전해질과/고체전극 간의 계면 연구가 매우 중요하게 된다.
위에서 무기물 고체전해질을 사용하게 되면 가연성의 유기물 액체전해질에 비해서 폭발 위험성이 없다고 언급했다. 주로 리튬이온전지에서 폭발의 원인이 액체전해질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량 음극활물질인 리튬금속이 쓰여야 전고체 전지의 고성능이 구현되는 것이기에, 리튬금속을 생각해봐야 한다. 자동차용 전지로 이용되기 위해서 용량이 큰 전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리튬금속의 양도 많이 사용된다. 이때 교통사고와 같은 이슈로 배터리에 단락과 공기 중 노출이 발생한다면 리튬금속의 불안전성에 대해서 걱정하게 된다. 사실 폭발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리튬금속이 공기 중에서도 안정할 코팅 개발들이 근래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외에도 높은 가격의 문제, 저온에서의 구동 문제 등 아직 남아있는 이슈들은 많이 있다. 필자를 포함한 여러 연구자가 이 문제들을 해결해서 많은 사람이 안심하고 편하게 탈 수 있는 고성능 친환경 전기차가 하루빨리 개발되기 바란다.

  • 그림1 액체전해질 내 리튬이온 이동의 모식도

  • 그림2 고체전해질 내 리튬이온 이동의 모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