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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테크 이슈

#미국 반도체 규제
중국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라

10월 7일, 미국 상무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어요.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나노미터 이하 로직 칩을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은 앞으로 수출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요. 당장 31곳의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이 중단됐고, 향후 국내 반도체 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건 아닌지 논란이 많아요.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은 미국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거부 추정

미국은 램리서치, KLA 등 다수의 반도체 장비 생산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요. 해당 분야에서는 모두 글로벌 10위권 안에 드는 기업들이에요. 상무부는 이 기업들에게 서한을 보냈고, 바로 대중국 제품 수출이 중단됐다고 해요. 11월 2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대사관 관리들이 곧 중국 우한을 방문해 ‘수출 미검증 명단’에 오른 기업들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어요. 수출 심사에는 ‘거부 추정’ 원칙이 적용되는데요, 수출 승인을 거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되 별도의 허가를 받으면 수출을 허락하겠다는 거죠. 이는 사실상 수출을 막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어요. 로이터 통신은 이번 규제의 배경을 두고 “미국 업체들이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이하 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이하 CXMT)에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허가제로 만든 게 이번 정책의 뼈대”라고 해석했어요. 미국 상무부가 제시한 규제 기준이 중국 반도체 제조 기업이 다다른 기술 수준과 일치한다는 점을 언급한 언론들도 있었고요. 참고로 YMTC는 128단 낸드 플래시, CXMT는 19나노 D램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어요.


#YMTC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업을 이토록 견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2016년 설립된 YMTC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플의 새로운 부품 공급 업체로 거의 확정될 만큼 빠르게 성장했어요. 애플은 납품 업체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반도체 산업에선 후발주자였던 중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일정 궤도에 오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죠.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 중이던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애플과 YMTC의 협력 소식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었는데, 결국 이번 규제로 두 기업의 만남은 무산됐어요. 향후 미국의 수출 심사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중국 기업들은 ‘수출 통제 명단’에 올라 장비를 장기적으로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요. 생산시설 증설 목표를 세우고 있던 YMTC의 사업 계획에도 당장 차질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급성장 중인 반도체 시장에서 패권을 잡으려면 때에 맞는 생산시설 증설이 중요한데,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 계획이 어그러지기 때문이죠.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어서 반도체 제조 기업들은 장비 확보에 총력을 걸고 있어요.

중국 반도체 글로벌 시장 점유율 전망
(단위: %)
자료: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유예

미국 상무부 규제의 대상이 중국 반도체 제조 기업이긴 하나, 엄밀히 따지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발표 며칠 후 상무부는 한국 기업에게는 이번 규제를 1년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이로써 1년간은 미국 정부 허가 없이 중국 공장으로 미국 반도체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어요.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 중국 기업처럼 전면적 수출 통제는 아니지만 건별 심사 대상이 돼요. 미국 조치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는데요. 이번 규제를 중국과 우리나라 기업의 격차를 벌릴 기회라 보는 이들이 있어요. 화웨이 규제 때처럼 이번 조치로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한편 결국 미국의 최종 목표는 자국 반도체 산업의 육성이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도 미국 규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10월 21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양자컴퓨팅과 AI에 대한 대중국 수출 규제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어요.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끝이 아니란 뜻이기에 사태의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영국 경제 동향
파운드화 폭락이 남긴 교훈

9월, 영국 경제가 큰 곤욕을 치렀어요.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한때 사상 최저치인 1.03달러까지 급락했고, 외신에서는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왔는데요. 영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태의 시발점이 된 감세안 발표에서 감세안 철회까지의 과정을 정리해봤습니다.

#감세안

9월 23일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가 향후 5년간 450억 파운드(약 72조 원) 규모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미니 예산안을 발표했어요. 전임 정부의 정책이었던 법인세 증세 계획은 폐기하고, 연 소득 15만 파운드(약 2억41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의 세금을 낮춰주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는데요. 8월 17일 영국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40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내년 GDP 성장률도 0%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리즈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 경선 때부터 감세를 강하게 외쳐온 인물이에요. 당시 또 다른 총리 후보였던 리시 수낙 전 재무부장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세금 인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요. 리즈 트러스 총리는 세금 인상 대신 감세를 통한 낙수 효과로 현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급락

발표가 있은 직후 영국 내에서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정책과 조화되지 않으며, 전 세계의 긴축정책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어요. 무엇보다 감세안에는 감세로 인한 재정 공백을 메울 방안이 빠져 있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때 지급된 보조금을 생각하면 오히려 재정을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결국 시장은 정부가 엄청난 금액의 국채를 발행해 공백을 메울 거라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되레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퍼졌어요. 감세안 발표 직전 1.126달러 수준이었던 파운드화 가치는 발표 직후 1985년 이래 처음으로 1.1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9월 26일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1.03달러까지 추락했어요. 9월 27일, IMF는 “감세 정책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영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을 훼손할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지만 총리는 정책을 철회하지 않았죠. 9월 28일 영국 중앙은행(BOE)이 부랴부랴 국채 매입을 발표하며 급한 불을 껐고, 파운드화 가치가 다소 반등하긴 했으나 위기 불식에는 역부족이었어요.


#반등

파운드화 가치가 회복되기 시작한 것은 영국 정부가 감세안을 철회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인데요. 10월 3일,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소득세 최고세율 45% 폐지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고, 14일에는 법인세 감세안 역시 철회했어요. 쿼지 콰텡 재무장관과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사태에 책임을 느끼고 연이어 사임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죠. 10월 17일 결국 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장관이 감세안 대부분을 철회한다고 발표했고, 이날 파운드화는 전날보다 2.1% 급등하며 1.14달러로 상승했어요. 10월 20일, 감세안을 주도했던 리즈 트러스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며 이번 사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여요. 그러나 이를 위기의 해소로 보긴 어려운데요. 감세안이 시발점이 되긴 했지만 영국의 경제 위기는 EU를 탈퇴할 때부터 잠재돼 있었다고 보는 이들이 많거든요. 관세 인상과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영국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라는 외부 요인까지 겹치며 고물가 현상이 심화된 것이죠.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 변동 추이
(단위: 파운드당 달러 ※ 종가 기준)
자료: 야후파이낸스

미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이나 여타 국가들도 고물가와 저성장 사이에서 최적의 정책 조합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잠재적 정책 실패 위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우리나라 역시 영국과 동일한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남의 일로만 보긴 어려울 거예요.

#제조업 3고 여파
고금리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중첩되며 전 세계가 ‘3고 시대’로 진입하고 있어요. 고금리는 물가 안정에는 효과적일 수 있어도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요. 10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1%가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고 하는데요. 3고 현상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어요.

#3고

국내 물가는 다행히 최고점은 지난 듯하나 당분간 3%대의 고물가가 이어질 전망이에요.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오름세를 보이던 물가가 7월 6.3%를 찍고 8월부터는 하락세에 돌입했거든요. 10월에는 전월보다 다시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통계청은 앞으로 물가가 6%대로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 말했어요. 그런데 한풀 꺾인 물가 상승률에 반해 ‘킹달러’ 현상은 꺾일 줄을 모르는 상태예요. 미 연방준비제도는 4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아 11월 2일 미국 기준금리를 3.75~4.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가 지금보다 줄긴 하겠지만, 내년에도 인상은 계속될 것이라 밝혔어요. 11월 기준,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인데 미국 금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향후 4%까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1% 이상의 금리차를 방치하게 되면 원자재 수입 부담이 가중되고,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거든요.


#BSI

그러나 금리를 계속해서 올린다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어요. 특히 기준금리 인상은 기업의 이자 부담으로 직결돼요. 10월 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172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자금 사정에 관해 조사한 결과, 기업 자금 조달 수단이 ‘은행, 증권가 차입(64.1%)’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어요.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는 건 고금리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10월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이하 BSI)에도 제조업의 어려운 상황이 잘 드러나 있는데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의미하는 BSI가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해 72포인트로 집계됐어요. 특히 내수 기업의 BSI는 전월과 동일했으나 수출 기업의 BSI가 6포인트 하락했다고 해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추이
자료: 한국은행

#대응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고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용 감축 등 긴축 경영에 들어갔어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9월 국내 수출제조기업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건비 등 원가 절감(31.1%)으로 환율 급등에 대비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어요.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11월 3일 중소벤처기업부 및 유관 부처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내외 복합위기 장기화 조짐 대비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상태예요. 경제 분야에서는 여러 악재가 한 번에 겹치며 큰 경제 위기를 불러오는 상황을 일컬어 ‘퍼펙트 스톰’이라 표현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최근 미-중 외교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부족 사태 그리고 3고 현상까지 여러 위기가 겹치며 경기침체가 오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어요. 퍼펙트 스톰을 피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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