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직원이 추천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 ‘컬처박스’. 이번 시간에는 청주연구소에서 차단기 동작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 전력CTO)Smart솔루션연구팀 이학송 매니저와 함께합니다. 이학송 매니저는 주말이면 카메라를 메고 전시회나 박물관에 가는 게 취미라고 하는데요. 전시 관람의 매력은 무엇인지 들어봤습니다.

눈으로 본 것들은 결국 머릿속에만 남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몇 장면만 단편적으로 기억나고요. 그런데 작품에는 작가가 본 현실과 그때의 의도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저는 그걸 파악해가고, 읽어보는 게 재밌습니다.
같은 꽃이나 같은 사람을 그려도 작가마다 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전시를 보다 보면 하나의 현실과 현상을 여러 방향에서 보게 되는데, 그게 제가 전시를 계속 찾게 되는 이유 같아요. 박물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당시의 사람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곱씹으면서 관람하니까 역사가 아닌 사람의 일상이 보이더라고요. 그런 점들이 제가 여러 지역의 박물관 및 전시를 보는 이유입니다. 각 지역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게 참 재밌더라고요.

지난 10월 7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다녀왔어요. 메인으로 본 전시는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입니다. 모네, 르누아르, 샤갈, 피카소처럼 이름만 들어도 아는 작가들의 작품이 40점 넘게 걸려 있고, 이건희 컬렉션 작품도 꽤 있어요. 전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그림마다 조명만 딱 비추고 있어서, 한 점씩 오래 보게 되더라고요. 꽃모자를 쓰고 책을 읽는 르누아르의 그림, 푸른빛 가득한 샤갈의 꽃다발 그림은 실제로 보니까 색감이 훨씬 좋았습니다.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마르크 샤갈 <결혼 꽃다발>
‘한국근현대미술’ 상설전도 같이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더 기억에 남아요. 근대 시기 여성 초상화들이 한쪽 벽에 빼곡히 걸려 있는데, 한복 입은 모습이나 양장 입은 모습이 섞여 있어서 그 시대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어요. 이인성의 ‘다알리아’처럼 교과서에서 보던 작품도 있고, 뒤쪽으로 가면 추상화와 조각까지 이어져서 한국 미술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흐름이 보입니다.

심경자 <별전>

김수자 <마음과 세계>
조명이 낮게 깔린 ‘한국근현대미술’ 상설전 전시실
중앙홀에 있는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꼭 보세요. TV 1,003대로 쌓은 탑인데, 램프를 따라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면 매번 다르게 보여요. 전공이 전자공학이다 보니, 브라운관 TV로 이런 걸 만들었다는 게 더 신기하더라고요.
상설전만 해도 볼 게 많고 건물이나 야외 공간도 좋아서, 하루 잘 쉬다 온 느낌이었습니다.
백남준 <다다익선>

두 가지 정도 봅니다. 하나는 ‘지금 아니면 못 보는 전시’인지예요. 해외 작품이 들어오거나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 있으면 대전이나 포항까지도 가요. 다른 하나는 공간입니다. 건물이나 주변 풍경이 좋은 미술관이면 전시 내용과 상관없이 일단 가 보는 편입니다. 이번에 국현미 과천관에 갔을 때도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해서, 사실 밖에서 사진 찍는 시간도 꽤 길었어요.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과천관 야외 조각과 가을 정원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구정아: 우스모스(OUSSSMOS)’ 전을 추천합니다. 12월 27일까지라 연말에 가기 좋습니다.
전시에 많이 가보지 않아 조금 부담스러운 분들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을 추천드려요. 어두운 방에 반가사유상 두 점만 놓여 있는 상설 전시실이라 언제 가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설명을 읽지 않고 그냥 앉아만 있어도 괜찮은 곳이라, 미술관에 처음 가 보는 분들께도 딱 좋은 곳입니다.
